사상검증구역: 1. 정치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2명의 젊은 남녀가

9일 동안 리더를 선발하고 상금을 분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024년 1월 26일에 첫 공개된 웹예능이며, 3월 1일에 11화를 끝으로 종영되었다.

https://youtu.be/iRA5z1FUNOQ?si=GiKJv0M5OJrToa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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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차원은 정부와 개인의 역할에 대한 태도를 측정한다. 우파든 좌파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함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우파는 개인의 노력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자유시장경제의 경쟁을 통한 성장을 추구한다. 반면, 좌파는 정부의 적극적인 부의 재분배를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복지제도를 통한 안전망을 확보하고자 한다. 빈부에 대한 관심방향도 자연스레 갈라선다. 우파는 경제적인 성취를 얻어내는 강자에게, 좌파는 제도에서 벗어나는 약자에게 시선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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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출연진 중 8명은 우파, 5명은 좌파에 해당했다. 우파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인 슈퍼맨과, 좌파를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인 백곰은 자주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백곰보다도 좌파 점수가 높았던 사람이 단 한명 있었다. 작가이자 전 여성단체 활동가인 하마였다. 생존과 직결되는 개인상금과 탈락면제권에 있어서 슈퍼맨과 하마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슈퍼맨은 강자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이다. 요리사 역할을 자처해 커뮤니티 유지에 큰 공헌을 하여 호감도를 많이 받았고, 토론에서도 MVP를 따내며 개인상금도 타냈다. 개인상금을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호감도 투표에서 슈퍼맨은 압도적인 1위로 랭크되었다. 우파에서 추구하는 자유경쟁시장에서의 열정과 노력을 보여주었고, 이는 마땅히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개인상금과 호감도가 높으면 박수받아야 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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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제도의 수혜를 받은 사람이 존재한다. 슈퍼맨의 뒤를 이어 최종성적 2위를 기록했던 사람은 바누이다. 바누는 이주민 역할로서 뒤늦게 커뮤니티에 합류하였다. 이 때 기존 출연진들이 십시일반으로 개인상금을 거두어 정착금 명목으로 전달하였다. 바누 뿐만 아니라, 제비뽑기를 통해 잔여상금을 거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공의 몫을 온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제도의 존재를 망각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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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부당한 노력으로 이득을 취하는 자가 발생했다. 바누의 뒤를 이어 최종성적 3위를 기록했던 사람은 그레이이다. 그레이는 주장이 강하여 사상검증이 쉬운 하마를 제거하고, 그 상금을 이어받았다. 사상검증을 금지하자는 커뮤니티의 규칙을 몰래 어긴 것이다. 이같은 자들도 유능하다고 박수쳐주어야 하는지, 그럴 경우 사회에 어떤 혼란이 연발할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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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유능하지만 희생당한 소수가 있다. 마지막 투표에서 탈락한 사람은 테드이다. 개인상금이 낮았던 테드는 경쟁사회에 지쳐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테드는 커뮤니티를 위해 많은 헌신을 해온 사람이다.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출연진들에게 룰을 설명해주고 필승책을 궁리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유경쟁시장에서 그토록 토로하던 보상은 없었다. 빈곤의 가장 큰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며 약자를 무조건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를 보고 어떤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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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는 약자를 보살피는 모습을 가장 자연스레 보여준 사람이다. 뒤늦게 커뮤니티에 합류하여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바누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개인상금이 부족할 사람들의 난처함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주기도 하였다. 좌파에서 추구하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 역시도 마땅히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안전망을 구축할 자격이 있었을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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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약자를 취사선택해서는 안된다. 하마는 탈락면제권을 가지게 된 일일리더 백곰에게 접근한다. 본인의 사상점수가 11점으로 탈락이 유력한 약자라는 말을 건넨다. 탈락면제권을 구걸하는 것이었다. 정작 하마가 탈락하게 된 이유는 점수에 있지 않았다. 마이클이 꼭 비밀로 지켜달라고 했던 '호감도 의심'에 대한 내용을 죄다 털어놓으며, 커뮤니티 내 본인의 신뢰도를 깎으며 약자를 자처했다. 게다가 하마보다 더 약자인 사람들이 존재했다. 사상점수가 4점인 벤자민과 고애신은 단순찍기만 해도 1/16의 확률이기에, 1/64인 하마보다 더 취약했다. 바누에게 정착금을 주면서 더 가난하게 된 약자들 역시 외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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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약자를 위해 공헌한 사람에 대한 감사를 표해야 한다. 수익활동 이후 배분시 다른 이보다 많은 돈을 수령할 사람은 제비뽑기로 선정되었다. 당첨이 된 다크나이트는 개인상금이 적은 사람을 조사했고, 하마에게 선뜻 당첨을 양도하였다. 하마는 호감도로 갚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날 하마는 다크나이트에게 호감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 더 놀라운 점은 '고맙다' 혹은 '호감도로 갚겠다는 약속을 못지켜서 미안하다'는 말을 퇴소시까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받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주는 것에 어색하다. 선뜻 호의를 베푸는 개인, 혹은 안전망을 구축해준 정부에 감사할 줄 알아야 또 다른 호의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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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약자를 존중하는 만큼 강자를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하마가 구걸한 탈락면제권은 하늘에서 뚝 백곰에게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리더 선출과정부터 수익활동분배, 안건토의 등 다방면에서 갖은 노력의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 탈락면제권이다. 그런 탈락면제권을 자신에게 주기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강자에 대한 생각은 연봉공개 장면에서도 드러났다. 하마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환호와 칭찬을 받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약자보다 더한 노력으로 정당하게 피땀흘려 번 사람도 있다. 그들의 노력은 존중하지 않는다면, 본인의 노력을 누가 존중해주겠는가.

정치 차원의 익명토론 주제는 '국가 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전에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강자는 어떻게 강자가 되었고, 약자는 어떻게 약자가 되었는지. 충분히 편견을 깬 후에야 본 주제로 돌아가보자. 좌파라면 '배가 고파 굶는 상황에서도 자유와 인권을 논할 수 있겠는가?'에 답해보고, 우파라면 '경제발전이 따를 것이라면 자유와 인권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에 답해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