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취미/🖋️ 집필8

2022.07.25 <소설 프로젝트 8: 검정> Porter Robinson - Goodbye to a world 추진실 점검 루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주선의 창 밖을 내다보았다. 태양보다는 작은 항성이 타오르고 있었다. 창가에 걸터앉아 잠깐의 낮을 즐겼다. 조종실로 돌아와 깁소에게 이상없음을 알렸다. 깁소는 우주선에 탑재된 AI이자, 현재 나의 유일한 말동무이다. 손에 잡히는 형체는 없지만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메인스크린 하단에는 지구와 마지막으로 교신한 날짜가 깜박거리고 있었다. 2097. 01. 28. 어제 깁소에게 부탁했던 행성분석 목록을 확인해보지만 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깁소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안타깝네. 나도 이번만큼은 가능성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스펙트럼에 이산화탄소 밖에 없더라" "꿈자리가 .. 2022. 7. 26.

2022.07.24 <소설 프로젝트 6: 청록> Oasis - Champagne Supernova 요트로부터 떨어진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귀가 먹먹해졌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한 차가운 바다가 나를 한 입에 집어삼켰다. 몸이 활처럼 휘며 1m정도 물에 잠겼다가 수면으로 떠올랐을 때에, 요트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열정적으로 헤엄을 쳐보았지만 술에 취해 몸이 제 뜻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내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나는 냉정한 파도에 휩쓸리기만 했다. 온몸에 쥐가 나면서, 고개를 바닷 속에 처박고 있는 시간은 점차 늘어갔다. 발 밑의 심해엔 청록빛은 온데간데 없고 군청색만 끝없이 뻗어있었다. 밑바닥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감이 몰려들었고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10여분의 발버둥 끝에 바다가 가라앉았다. 요트에 .. 2022. 7. 24.

2022.01.18 <소설 프로젝트 5: 노랑> 2022.01.18. PM 1:28. 6시간이나 늦게 일어났다. 평소라면 부리나케 가게로 달려가도 모자랄 시각이지만 지금은 여유롭게 이불까지 개키고 있다. 오늘은 야간작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커튼을 걷으니 해가 중천에 떠있다. 이런 기상이 얼마만일까. 잠이 덜 깬 채로 신발을 신으려는데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신발장 위에 놓인 에너지바 몇 개를 챙겨 버스에 올랐다. 가게 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저만치에 풍채 좋은 사장님이 보인다. 터덜터덜 내리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내 어깨를 두드려주신다. "와줘서 고맙다! 역시 믿을 건 너뿐이야. 몇달 전에 민원 세 건 넣었던 손님 기억나지? " "아, 기억하죠. 유치원생 아들 끼고 온 젊은 부부 말씀하시는 거 맞죠?" 잊을래야 잊을 수.. 2022. 7. 17.

2022.03.05 <소설 프로젝트 4: 빨강> Dante Klein & Jantine - What i like about u 요셉은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교회로 들어섰다. 안경에 서린 김을 닦아내자 어둑한 복도가 펼쳐졌다. 복도 끝에는 대형 트리가 놓여있었다. 단조로운 인조 트리엔 다채로운 리스가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리스 아래에는 중고등부 신도들이 쓴 듯한 편지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요셉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인 붉은 포인세티아 잎을 쓰다듬었다. 바스락바스락 종이 마찰음이 조용한 복도를 메웠다. 고개를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2월 25일 01시 28분. 트리 뒤 대형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2층 계단으로 향했다. 성탄 전야임에도 불구하고 본당에는 정적이 흘렀다. 요셉은 단상을 향해 또각또각 걸음을 옮기다가 맨.. 2022. 7. 17.

2022.01.24 <소설 프로젝트 3: 초록> The Vamps, Matoma - All night (feat. Astrid S) 방 안이 어둑하다. 눈 비빌 틈도 없이 몸을 일으켜 머리맡 시계를 확인한다. AM 1:28. 큰 일이다. 눈을 뜰 시간대가 아닌데 왜 일어나진 건지 의문이다. 다시 잠을 청하려 애쓰지만 불안한 마음이 커지면서 심장이 빠르게 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려나. 급하게 서랍을 열어 약통을 꺼낸다. 의사 선생님께서 꼭 필요할 때만 수면제를 복용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다. 초록색 알약 입에 두 알을 털어놓고 침대 위에 다시 누웠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클로버 열쇠고리를 손에 꼭 쥐고 눈을 감았다. 부디 아무 사고 없었기를 바라며 점점 잠에 들 눈을 뜨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화면 우측 하단의 시계를.. 2022. 7. 17.

이전 1 2 다음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