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3. 어종

수산시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배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산시장에 가보면 다양한 어종들에 어질어질합니다. 엇비슷하게 생긴 생선들이 즐비한데 뭐가뭔지 구분이 안되니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기본적인 초밥 대표어종 4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아래의 어종들만 알아도 한국 생선초밥의 80%는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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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넙치/광어(히라메)

이름: 납작한 물고기의 대명사로서, '넓을 광'자를 따서 광어라고 더 자주 불립니다.

색깔: 황갈색 바탕의 등에 흰 점과 검은 점이 나있어 모래 바닥에 숨어 감쪽같이 위장합니다.

양식: 활동량이 많지 않고 수조에 배를 깔고 생활하기 때문에 하얗던 배가 까맣게 흑화합니다.

식성: 생미끼, 루어낚시 모두 가능할 정도의 강한 탐식성. 날카로운 이빨이 있으니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어종은 광어 > 우럭 > 참돔입니다. 요즘에는 널린 게 광어라서 대중적인 횟감으로 통하지만, 양식이 가능해진 1980년대 전까지 광어는 최고급 횟감이었습니다. 아무리 파리 날리는 횟집이라도 광어랑 우럭은 항상 갖춰놓을 수 있을만큼, 수급이 안정적이고 가격이 저렴해졌습니다.

가격 이외에 광어의 인기가 많은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식감이 꼬들꼬들하며 감칠맛도 좋습니다. 실제 블라인드 테스트로 여러 횟감의 맛을 비교했는데 광어보다 10배 비싼 생선도 감칠맛 부분에서는 광어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둘째, 수율이 50%로 아주 높습니다. 수율이란 손질전 무게 대비 손질후 무게로, 수율이 좋다는 말은 버릴게 없다는 뜻입니다. 넓적하고, 대가리가 작고, 내장도 대가리 쪽에 쏠렸으며, 뼈도 몸통 중심에만 있으므로 살코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대표어종이지만 수율이 25%로 낮아서 매운탕으로밖에 못쓰는 우럭에 비하면, 광어는 정말 초밥계의 BTS, 봉준호, 손흥민, Jay Park,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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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미/참돔(마다이)

이름: 도미에는 참돔, 옥돔, 돌돔, 감성돔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참돔을 지칭

식성: 육식성으로 게, 새우, 까나리 등등은 물론이고 성게와 불가사리까지 먹어치운다.

색깔: 갑각류 먹이의 영향으로 붉은 빛이 도는 은회색 비늘을 가짐.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어종은 참돔 > 방어 > 광어입니다. 일본에서는 도미는 출산과 같은 집안내 경사스러운 이벤트가 있을 때 축하 잔칫상의 핵심 메뉴로 이용하는 전통이 있을정도입니다. 맛에 대한 기준은 개개인마다 매우 주관적이지만, 광어와 동급, 혹은 상호호환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참돔이 광어와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기름진 뱃살에 있습니다. 참돔 뱃살을 얇게 썰어 간장만 찍어서 입에 넣어보면 그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참돔은 마스까와(솔나무 껍질)라는 독특한 조리법이 존재합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3~4회 붓자마자 얼음물에 재빨리 넣는 방식입니다. 이렇게하면 꼬들꼬들하게 데워진 껍질의 식감과, 그 아래 지방층의 풍미, 그리고 살코기의 감칠맛을 한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맛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합니다. 제철이 약간 지나 어획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4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는 1kg당 8천원 이하라는 파격적인 낮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수율 역시 광어에는 못미치지만 40%정도로 준수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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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어(사케)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살다가, 성체가 되면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와 상류에서 알을 낳는다. 산란을 위해 민물로 진입하면서 통각을 차단하고 면역 억제를 시작하기 때문에, 반 송장 상태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혐오주의). 연어의 삶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따라 바다로 흘러간 영양소를 다시 숲으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희대의 명곡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에는 개인의 삶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있지 않을까.

한국으로 유통되는 연어는 태평양연어가 아니라 대서양연어이다. 특히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가 절반을 차지한다. 양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나쁜 어감이 있지만, 연어만큼은 양식이 자연산보다 월등히 좋다. 기생충도 적을 뿐더러 지방을 태우며 거슬러오는 자연산보다 맛도 좋기 때문이다. 생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서양에서조차 유일하게 날로 먹는 어종이 연어이다. 참고로 연어 회와 초밥은 일본이 아니라 노르웨이에서 1985년에 만든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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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참치(마구로)

참치는 한 어종이 아니라 여러 어종을 부르는 말이다. 참치에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다랑어와 새치. 가격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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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어: 참다랑어(고급 횟집) > 눈다랑어(일반 횟집) > 황다랑어(무한리필집) > 가다랑어(가쓰오부시, 통조림용)

- 새치: 황새치(일반 횟집) > 청새치(무한리필집, 회덮밥) >> 흑새치/녹새치 > 돛새치

참치를 횟감으로 먹는 식용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참치는 빠른 속도로 바다를 떠도는 생선이기에 잡혀서 선상에 놓이면 산소부족으로 죽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냉동기술과 교통기술이 발달 할 즈음 일본 내에서 잡은 참치를 먹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일본 음식점에서는 이벤트성으로 참치를 통째로 가져다놓고 해체하는 쇼를 벌이기도 한다. 1mm만 벗어나도 맛이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부위별로 맛/식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대뱃살(오도로)는 가장 비싼 부위이자 횟감으로 이용된다. 내장을 보호하는 뱃살부위인 만큼 기름이 많아 살살녹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속살(아카미)는 가장 저렴한 부위로 한국에서는 인기가 적다. 하지만 깔끔한 맛이 있기에 간장절임이나 초밥용으로 으뜸이다.

여담으로 수산시장 호객행위인 '뭐 찾으세요?'를 피하고 싶다면 '참치 있나요?'라고 답하는 방법이 있다. 수산시장의 수많은 매장들에 참치가 있는 경우가 잘 없다. 손질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서 다른 생선들보다 팔기 힘든 편인 참치를 굳이 가져오느니, 그냥 들여놓지를 않기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참치 있냐'고 물어보면 다들 슬그머니 한발짝 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