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5 <강>

  개울보다는 크고 시내보다는 작은 물이 흐르는 곳. 실개천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밤하늘 잔별처럼 반짝인다. 민물고기 한 무리가 머리를 맞대고 모여있다. 가만히 죽은 듯 보이지만 지느러미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다. 살아있으니 안심하라고 손인사를 건네듯 하다.

  산책 나온 남자가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그들 머리맡에 흩뿌린다. 어미로 보이는 녀석이 가장 먼저 반응해 수면 위로 입을 내민다. 밤공기 몇 모금, 야경 몇 모금을 마신 뒤에야 그가 건넨 밥을 삼킨다. 곁에 있던 자식들도 하나 둘 밤을 맛본다. 누구 하나 등 떠밀지 않고 먼저 고개를 드는 것이 그들의 자식 바라지 방법이다. 좁디좁은 물길 속에도 삶이 있고 우주가 있다.

  시내보다는 크고 바다보다는 작은 물이 흐르는 곳. 가람에 놓인 천막이 밤하늘 구름처럼 달빛을 가로막고 있다. 수면 위로 두루미 한 마리가 내려와 미끄러진다. 유리조각처럼 날리던 물방울이 강둑에 엉기정기 놓인 포클레인에 부딪혀 조각난다. 비행의 끝에 달하고 흘리는 눈물인듯하다.

 물길 따라 내려온 남자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그 모습을 주워 담는다. 홀로 서있던 녀석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수면 아래로 입을 담근다. 칼바람 몇 모금, 경적 몇 모금을 마신 뒤에야 그가 터뜨린 빛을 삼킨다. 참아왔던 역정을 하나 둘 강물에 토해낸다. 어느 하나 알아들을 수 없는 그에게 무작정 소리치는 것이 녀석의 밤을 채우는 방법이다. 넓디넓은 물길 속에도 섦이 있고 우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