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0 <하늘도 슬피 울더라니>

 해가 뜨지 않는 날이었다. 시계는 정오를 가리킴에도 온 세상이 어둑했다. 비가 말그대로 기분 나쁘게 내렸다.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친 것도 아닌. 그런 하루였다.

 

 오늘 사람이 죽었다. 아랫학번 학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늘도 슬피 울더라니.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지만 하루종일 기분이 멍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평소처럼 톡방에 질문을 올리고, 평소처럼 공부를 하고. 사실 나도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것 같다. 유달리 오늘은 억지로라도 슬픔에 잠기고 싶었다. 내 스스로에게 의무를 지워주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나의 삶이 인간다워 지는 것 같았다. 

 

 남들이 보기엔 유난떠는 것 같을 수 있다. 잘 아는 지인들도 티 안내고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데, 만나본적도 없는 네가 왜 난리냐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리가 뭐 하루종일 울고불고 해줘야 하는 거냐고. 슬퍼하는 척, 애써 위하는 척. 그게 오히려 무던히 제 갈길 가는 우리들을 매정한 놈들로 몰아가는 행위라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냐고. 슬퍼하는 티만 내고 있는 너는 정작 뭐 별다르게 해준 일있나. 너도 우리랑 똑같다. 단지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인정받고 싶은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근처 꽃집에 들렀다. 저번에 화분 식재를 맡긴 그 곳이다. 지난 시험기간에 국화를 산 그곳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꽃집엔 생기가 넘쳐 흘렀다. 주인 아주머니와 잠깐 담소도 나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추웠다. 한손에 화분을 쥐고 남은 한손은 주머니에 처박았다. 한동안 집 안에만 있다보니 세상이 차가워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늦게나마 피부로 느낀 찬 바람에 코 끝이 시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화분에 물을 주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 사온 국화를 집 앞 뜰에 꽂았다. 날이 추워진 탓에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만, 어딘가에라도 꽃을 놓아주고 싶었다. 내리던 비는 어느새 눈이 되어 어둠 속을 쏘다녔다. 갈피 못 잡는 내 마음 읽어낸듯 바람을 타고 제멋대로 흩날렸다. 하늘도 마음을 정리하고 있나니. 오늘은 눈이 유독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