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2 <코로나 블루>

  조용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맞이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인이상 집합금지가 꽤 오래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해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 현상도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나 역시도 코로나 블루를 겪었을지도 모른다. 겨울은 특히나 햇빛을 받을 일이 줄어들기에 더 악화된 것 같다.

 

 무던하던 나답지 않게 많이 흔들렸던 시기였다. 방학으로 인해 갑작스레 범람한 시간들은 나의 마음을 덮쳤고, 메말랐던 생각은 쉴틈없이 또 다른 메마른 생각을 낳았다. 남들과 나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교했고 조금이라도 내가 더 나은 구석을 찾으려 눈에 불을 켰다. 나 자신의 멋진 점을 찾는 것은 그리 나쁠것 없지만, 상대의 흠을 찾는데 혈안이 된 나의 모습은 마치 숙주를 찾아다니는 괴물 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칠흑과도 같았던 악순환은 결국 방문을 열고 밖을 나서며 조금씩 나아졌다.

 

 서울에 올라와 과외를 하며 분주해지자 생각이 나를 좀먹을 기회가 줄었다. 지인들과 밥을 먹으며 어질러진 마음도 조금씩 정리해갔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스터디원들과 술을 먹으며 지샜던 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말끔히 정리했었다고 그간 스스로 믿어왔었지만 그날 밤 발가벗겨진 나의 무의식은 사춘기 소년의 어린 마음처럼 뻣뻣했다. 마음씨 넓은 그들은 나의 투정을 잘 받아주고 내가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듬어주었다.

 

 일련의 약속들을 지키다보니 개강이 성큼 다가왔다. 언 마음을 녹여주듯 날씨도 한 움큼 따뜻해졌다. 이번 학기는 중간고사가 생겨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벚꽃시험일 것 같다. 한동안 읽지 않았던 글이나 책도 눈에 익히고 방학으로 인해 뒤틀렸던 수면패턴도 바로잡아야겠다.

 

 한창 적응해가는 기간이라 그런지 요즘따라 밤이 유독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잠에 들려고 누워도 불필요한 생각들이 자꾸 마음을 간질인다. 오래전 그날, 그사람, 그리고 그때의 내가 떠올라 잠을 청하기 어렵다. 끝을 내지 못한 이 생각들은 꿈 속에서 밤새 이어지고 있을테지. 잠에 들고 다음날 새벽에서야 어렴풋이 꿈 막바지만 기억하고 마는 의식 속의 나에게는 별일 아닐테지만, 온 달밤동안 과거에 시달린 꿈속 무의식의 나에게는 정말 가혹한 시간일 것만 같다. 언제쯤 죄를 씻을 수 있을까. 과연 다른 이들에게 나를 털어놓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모닥불에 조금씩 타들어가는 종잇장처럼, 당당했던 나 자신도 없어지는 기분이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시간을 내어 그간 썼던 일기를 한번 쭉 읽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보내왔던 숱한 밤들을 어떻게 이겨내왔는지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