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즐거움

홀로 사는 즐거움(법정)

법정스님의 저서에 빠져들게 한 녀석이다. 서울대 교보문고 중고진열대는 세권에 9900원이다. 두 권은 이미 고른 상태에서 나머지 한 권을 어쩔 수 없이 골라야 했던 상황에서, 표지가 깔끔하고 제목이 예뻐서 산 책이었다. 그렇게 무심코 고른 책이 이렇게 나를 치유해줄지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법정스님의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와 언어표현, 그리고 불교철학 특유의 청아한 사고방식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일기를 쓰면서도 나도 모르게 법정스님의 말투를 닮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읽은 후 법정 스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의 저서가 대부분 절판되었다는 사실에 중고서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현재 이 책은 '개나리'에게 전달하였다.

아래는 감명깊게 읽은 구절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캘리그라피로 만든 것도 몇 있다.

@달빛이 방 안에까지 스며들어 자주 눈을 뜬다. 내 방 안에 들어온 손님을 모른 체 할 수 없어 자리에 일어나 마주앉는다. (산방에 비친 달빛에 잠이 깨어)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되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 (꽃에게서 들으랴)

@밤에도 수각 가를 맴돌면서 흐르는 물소리로 내 속뜰을 씻어내고 있다. 너무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알맞은 이 흐름을 지켜보면서, 이런 흐름이야말로 우주의 호흡이며 맥박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대나무 옮겨심은 날)

@꽃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그에게 있는 아름다운 침묵이다. (물 흐르고 꽃 피어난다)

@내가 외떨어져 살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내 길을 가기 위해서다. (나무 이야기)

@현재의 거처는 나그네로 한때 머물고 있을 뿐. 그러기 때문에 출가자는 한때 머무는 그 주거 공간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자신의 집을 갖지 않은 사람)

@늙어서도 한결같이 자신의 삶을 가꾸고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화사한 봄의 꽃도 좋지만 늦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에 피는 국화의 향기는 그 어느 꽃보다도 귀하다. (내 그림자에게)

@이 말을 듣고 그 애가 너무 기특해서 그 곁에 쭈그리고 앉아 "나도 여자 친구한테 줄 꽃을 꺾어야겠네" 하고 토끼풀을 뽑았다. 한 주먹 뽑아 들고 일어서니 내 토끼풀에는 꽃이 없다며 자기가 뽑아 든 꽃에서 세 송이를 내게 건네주었다. (토끼풀을 뽑아든 아이)

@'한 주에 한 번씩 남을 위해 봉사를 한다기보다는 그곳에 나가서 한 주 동안 흐트러졌던 마음을 가다듬고 작은 힘이나마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음에 도리어 위안과 기쁨을 안고 돌아옵니다' (토끼풀을 뽑아든 아이)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다.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겸허해지고, 새롭게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겨울 가고 봄이 오니)

@'살짝 스치기만 할 것이지 움켜잡지 말라. 움켜잡는 순간 그대는 복잡한 삶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산자두를 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