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강. 환자데이터 없이 의학논문 쓰기

  무작정 논문을 써보겠다고 도전하는 초심자에게는 환자데이터에 접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교수님과 컨택하여 환자데이터를 뽑아내기엔 너무 부담이 크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가볍게 논문쓰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쉬운 난이도부터 어려운 난이도까지 순서대로 소개하였다.

 

1) 공공 의료데이터 활용하기

  국내외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를 이용하면, 환자 개별 데이터 없이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질병 유병률, 건강행태, 의료 이용 패턴, 국가 간 비교 연구, 역학 연구, 건강 정책 분석 등이 가능하다. 국가 및 기관에서 검증한 대규모의 객관적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주제에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 국내 무료 데이터: 통계청(KOSIS),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 국내 유료 데이터(월 35~70만원): 국민건강보험공단(NHIS),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 국제 데이터: WHO, CDC, NIH, FDA, EMA 등의 공개 데이터셋

 

2) 비의료 데이터 활용하기

  환자 EMR 데이터가 없더라도 온라인에서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요 수, 본문, 댓글 내용을 분석하여 특정 질병이나 의료 이슈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태도를 연구할 수 있다. 트렌디한 정보를 쉽게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터 신뢰도 및 대표성에 한계가 있으며 연구윤리에 대한 허점도 존재한다.

 

• 소셜미디어 및 인터넷 데이터 분석: 유튜브, SNS(트위터, 인스타그램), 커뮤니티(레딧, 네이버 카페 등)
• 설문조사 및 전문가 의견 조사: 델파이(Delphi) 방법, 설문조사 기반 연구

 

 

3) 체계적 문헌고찰 (Systematic Review, SR)

  슈퍼마켓에서 좋은 사과를 고르는 과정을 떠올려보자. 좋은 사과의 기준을 정하고, 여러 사과들을 살펴본 후, 기준에 부합하는 사과 몇몇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체계적 문헌고찰 역시 '좋은 논문을 선정'하는 과정이다. 연구 질문에 맞는 논문을 검색하고, 선정 및 배제 기준을 적용하여 연구를 체계적으로 선별한 후, 결과를 요약 및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환자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색 및 선정 과정이 복잡하다.

 

 좋은 논문의 기준이란 누가 정하는 걸까? 저자 자신의 주관적인 기준을 내새우면 서술적 문헌고찰(narrative review)이 되는 것이고, PRISMA라고 하는 객관적 기준을 참고하면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가 되는 것이다.

 

 

4) 메타분석 (Meta-analysis, MA)

  슈퍼마켓에서 좋은 사과들을 선별해냈으면, 이를 한데 갈아서 사과 주스를 만들수도 있다. 이처럼 체계적 문헌고찰로 선별된 논문들을 활용해 추가적으로 메타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각 논문들의 결론을 공통된 척도로 변환하여 효과크기(effect size, ES)를 구하고, 신뢰도 높은 연구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연구간 차이(heterogeneity)를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통계적 분석'을 하면 되는 것이다. 강력한 근거가 되는 연구이지만, 그만큼 통계적인 배경지식을 많이 요구한다.

 

5) 기타 연구 방법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모델링: AI/ML을 활용한 질병 예측, 약물 반응 시뮬레이션
• 생물정보학 및 유전체 데이터 분석: 공개된 유전체 데이터(NCBI GenBank, GEO 등) 활용 연구
• 의료기기 및 약물 허가 데이터 분석: FDA, EMA 등의 의약품 안전성, 부작용 보고, 승인 및 규제 정보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