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사이 - Blu(쓰지 히토나리)

 

 10년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출처. 그 약속을 들었을 당시의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던 상태인지라, 이해하지 못했었다. 책을 읽고 난 후인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한다. Blu와 Rosso로 나누어진 책이다. 유명세는 알고 있었기에 영화 재개봉으로 처음 접했고, 그 뒤에 책으로 읽었다. Blu와 Rosso를 한 챕터씩 번갈아 가면서 읽었다. 내가 남자여서 그런지 Rosso의 서체와 전개는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고, Blu의 감정묘사와 전개속도가 절절하고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 Rosso에게 별점 3점을 준 것도 이 이유에서이다. 두권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 정확히는 24시간으로 한권을 12시간만에 읽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 책을 다 읽고 한동안 멍한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래는 Blu와 Rosso를 통틀어, 냉정, 열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구절들을 모아본 것이다. 애초에 Rosso편에는 냉정, 열정이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냉정을 가장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터져나온 열정은 갈 곳을 몰라 하며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다.

@냉정 속에 열정을 숨기고 걸어가는 듯한

@우리 두 사람 사이로 냉정과 열정이 번갈아 밀려와, 말과 감정을 억눌렀다.

@만남이라는 기세를 타고 우리의 열정에는 불이 붙고, 냉정에는 물이 뿌려졌다.

@열정이 냉정에 떠밀려 가는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냉정과 열정 사이 여자 버전을 구하기 위해 집근처 헌책방으로 갔다. 한 시간 가량을 뒤졌지만 나온 건 이미 가지고 있는 남자버전. 여자버전도 분명 왔을거라 확신하고 주인 아주머니께 여쭈었는데, 위아래로 날 훑으시더니 이내 미소를 띄고 카운터 뒤쪽 휴식공간으로 나를 데려갔다. 한쪽에 자리하던 책장 가운데 켠에서 이 책을 꺼내주셨다. 왜 고이 보관하고 계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읽기 시작할 수 있음에 신났다.

 

  첫 페이지를 여니 한 여성분이 그녀의 옛 남자친구? 혹은 짝사랑?에게 쓴 편지글이 있었다. 2005년 글이니까 무려 11년 전이다. 다시 만나신지는 모르겠으나, 두분 다 행복하게 살고 있길 바란다. 이런 떨림이 중고책만의 매력이다. 읽던 사람의 절절한 마음까지 내게 올 수 있다니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