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3 <최초>

  페북 비활을 하려던 참에, 장애인에 관한 멋진 글을 봤다. 글쓴이의 아버지가 "넌 다른 사람에게는, 처음 만나는 장애인이 될 지 모른다. 넌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글은 홍석천과 박근혜를 예로 들며 아버지의 말을 참 예쁘게 풀어나갔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포항공대에 간 작년 선배들이 성적이 영 좋지 않아서 너네 입시가 안좋을지 모른다.' 그땐 웃어넘겼지만 참 무서운 말이었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내 이미지가 좋지 않았으면, 앞으로 그 친구들이 만날 한국인에게 악영향을 줄지도 모르는것이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겐 최초가 될지 모른다. 처음 만난 한국인, 생애 처음 본 서울대생, 영업이래 첫 고객, 처음 사랑을 준 남자, 처음 생긴 부하직원이 될수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최초로서 가지는 책임을 잘 지켜왔을까 돌이켜보면, 아니라는 대답만 나온다. 당사자에게뿐만 아니라 그사람이 앞으로 만날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도 미안해진다. 잘 지키지 못했던 것은 내게 곧 권리의 박탈로 고스란히 돌아오고있다.

  내가 그들에게 최초로서 기억에 잘 남는만큼, 나도 내게 처음이었던것 역시 오래 기억한다. 처음 만난 선생님, 생애 처음 받아본 편지, 처음 겪은 면접, 첫사랑, 외국에서 처음 말을 나눈 사람. 물론 사람인지라 좋은 기억이 나쁜 기억보다는 많다. 그렇지만 그 상황이 반복될때엔,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클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최초 였을까 궁금하다. 'What am I to U?'라고 묻고 싶긴하지만, 두렵긴하다. 내게 좋은 기억이 많듯, 그 누군가들도 좋게 날 기억하면 좋겠다. 좋지 않은 모습일지라도 최초였던 내 모습이 반복될 다음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나쁜 기억 잘 지우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